
제인 캠피언 감독의 파워 오브 더 도그는 2021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1925년 몬태나 목장을 배경으로 냉혹한 카우보이 필 버뱅크와 그의 동생 부부, 그리고 부인의 아들 피터가 맞부딪히는 이야기를 담는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하는 필은 이 영화에서 가장 복잡한 인물이다. 잔인하고 지배적이고 두렵지만,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가 영화 내내 서서히 드러난다. 이 영화가 단순한 심리 스릴러가 아닌 이유, 필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읽히는지, 그리고 피터라는 인물이 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이 글에서 이야기한다. 처음 봤을 때와 두 번째 봤을 때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는 작품이다. 제인 캠피언이 여성 감독으로 두 번째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 수상이 왜 당연한지 이 영화를 보면 알게 된다. 설명하지 않고 느끼게 만드는 방식, 그게 이 감독의 언어다. 넷플릭스로 공개됐지만 아카데미를 석권한 영화, 그게 파워 오브 더 도그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다. 플랫폼이 아닌 영화 자체가 힘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파워 오브 더 도그, 필이라는 인물의 복잡함
파워 오브 더 도그에서 필 버뱅크는 처음에 단순한 악인처럼 보인다. 동생의 아내 로즈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그녀의 아들 피터를 조롱하고,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지배한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필이라는 인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다. 필은 예일대를 나온 지식인이다. 목장에서 거친 카우보이 생활을 하는 것이 그의 선택이다. 그 선택 안에 무언가가 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스승 브롱코 헨리에 대한 집착, 그 집착이 필이 지금의 사람이 된 이유와 연결된다. 제인 캠피언 감독은 이 영화에서 필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가 만드는 밧줄, 혼자 목욕하는 시간, 브롱코 헨리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 이 행동들을 통해 관객이 스스로 필이 누구인지를 읽게 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 역할에서 말이 없는 방식으로 가장 많은 것을 전달한다. 거만하고 폭력적인 외면 아래 오랫동안 눌러온 것이 있는 사람. 그 이중성이 이 영화 전체의 긴장을 만든다. 이 이중성이 이 영화를 서부극이라는 외피를 넘어서게 만드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필이 피터와 처음으로 진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전까지 적대적이었던 두 사람이 갑자기 같은 방향을 보기 시작하는 그 순간. 무언가 달라지는데 그 달라짐이 어디를 향하는지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 순간이 이 영화의 전환점이고, 그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진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이유가 이 장면들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 역할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가 화면 위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필이 밧줄을 만들고, 혼자 연주하고, 들판을 바라보는 장면들이 이 인물의 전부를 담는다. 대사보다 그 행동들이 더 많이 말한다. 이 영화에서 침묵이 얼마나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지를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증명한다. 셜록 홈스로 알려진 배우가 이렇게 다른 결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이 영화가 그것을 보여준다. 필이라는 인물이 영화 내내 무겁게 남는 이유가 바로 이 연기 때문이다.
로즈와 피터가 이 영화에서 담는 것
파워 오브 더 도그에서 로즈와 피터 모자는 필의 지배에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로즈는 필의 끊임없는 압박 속에서 무너져가고, 결국 알코올에 의존하게 된다. 로즈를 연기한 커스틴 던스트의 연기가 이 무너짐을 조용하고 정확하게 표현한다. 처음 등장할 때의 밝음과 영화 후반의 그 얼굴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픈 변화다. 커스틴 던스트가 이 역할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 연기다. 반면 피터는 다르다. 조용하고 연약해 보이지만, 필이 그를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피터가 필을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짧다. 피터는 의대생이고, 해부학을 배우는 사람이다. 그 설정이 이 영화 후반부에서 중요하게 작동한다. 코디 스미트 맥피가 연기하는 피터의 표정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읽기 어렵다. 무엇을 생각하는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 불투명함이 이 영화에서 관객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런데 그 불안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처음 볼 때와 두 번째 볼 때 완전히 다르다. 처음에는 피터가 위협받는 쪽으로 느껴지지만, 두 번째에는 그 불투명함 안에 무엇이 있는지가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피터를 희생자로 읽었다가, 두 번째 봤을 때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보이게 됐다. 그 두 번의 경험이 이 영화에서 피터라는 인물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됐는지를 보여준다. 피터가 로즈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게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다. 그 진짜 이야기가 처음 볼 때는 보이지 않다가 두 번째에 선명해진다는 것, 이 영화의 가장 정교한 설계다. 커스틴 던스트와 코디 스미트 맥피, 두 배우의 연기가 이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코디 스미트 맥피의 얼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남는 이미지 중 하나다. 피터의 눈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볼 때 그 눈이 처음부터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가 드러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필이 아니라 피터라는 것, 두 번째 볼 때 알게 된다. 그 반전이 이 영화를 단순한 심리 스릴러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만든다. 이 영화의 반전은 충격이 아니라 감각이다. 충격으로 끝나지 않고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 그게 이 영화의 반전이 다른 이유다.
마지막이 바꾸는 이 영화의 모든 것
파워 오브 더 도그의 마지막이 드러난 뒤 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보면 모든 장면이 달라진다. 이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이 느끼는 긴장과, 결말을 알고 다시 보는 사람이 발견하는 것이 전혀 다른 영화처럼 느껴진다. 제인 캠피언 감독이 이 영화에서 만든 것이 바로 그 두 겹의 경험이다. 첫 번째 경험에서 관객은 필의 위협과 로즈의 공포를 따라간다. 그런데 결말이 드러난 뒤 같은 장면들을 보면 피터가 처음부터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가 보인다. 그 발견이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이유다. 마지막 장면에서 피터가 성경을 펼치는 장면이 이 영화의 진짜 제목을 설명한다. 개의 권세에서 나를 구하소서, 파워 오브 더 도그. 그 기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그 기도가 응답됐는지를 이 영화는 마지막에 보여준다. 제인 캠피언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것이 이 정교한 설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두 번 본 뒤 필이라는 인물에 대해 처음과 완전히 다른 감정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악인이었다가, 두 번째에는 가장 취약한 사람으로 보이게 됐다. 그 감정의 이동이 이 영화가 얼마나 층위를 가진 작품인지를 보여준다. 필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이 영화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 달라짐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를 두 번 보게 만드는 이유다. 파워 오브 더 도그는 한 번 보고 끝내기 아까운 영화다. 처음 볼 때와 두 번째 볼 때가 이렇게 다른 영화가 많지 않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설계이고, 그 설계를 만든 것이 제인 캠피언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아무 정보도 없이 보길 권한다. 그 순수한 첫 번째 경험이 이 영화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다. 그리고 보고 나서 다시 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것을 처음부터 말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두 번째로 볼 때 처음 장면이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지, 그 경험이 이 영화를 잊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파워 오브 더 도그는 두 번 보는 것이 완성인 영화다. 한 번만 보고 끝냈다면 이 영화의 절반만 본 것이다. 두 번째 경험이 이 영화를 완성한다는 것, 그 설계가 이 영화의 가장 탁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