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런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2011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으로,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조차 두 번 도전하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 줄거리와 테런스 맬릭 영화를 보는 방법, 이 영화에서 줄거리 대신 무엇을 따라가야 하는가, 그리고 맬릭의 언어인 속삭임·자연·시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라는 세 가지 주제로, 이 영화가 왜 이해가 안 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어떤 장면은 마음 깊이 박히는지를 설명합니다. 브래드 피트, 숀 펜, 제시카 차스테인이 출연하지만 이 영화에서 배우는 주인공이 아닙니다. 카메라가 포착하는 빛, 손의 움직임, 아이의 시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모두 주인공입니다. 처음 보는 분들은 줄거리를 따라가려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줄거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맬릭이 설계한 감상 방식이 따로 있고, 그 방식을 알고 나면 이 영화가 완전히 다르게 열립니다. 처음 보시는 분, 한 번 봤는데 무슨 말인지 몰랐던 분 모두를 위해 정리합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 맬릭 영화 보는 방법
테런스 맬릭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경험이 있습니다. 뭔가 아름다운데, 뭔가 의미 있어 보이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는 감각입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그 감각이 가장 극단적으로 발현되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1950년대 텍사스 한 가정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우주의 탄생과 공룡이 등장하고, 다시 현재 시점의 숀 펜으로 건너뜁니다. 이 비선형 구조 안에서 줄거리를 따라가려 하면 반드시 길을 잃습니다. 맬릭 영화를 보는 첫 번째 방법은 줄거리 추적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서사는 감정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감정을 유발하는 표면입니다. 특정 사건이 왜 일어나는지,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를 예상하는 대신, 지금 화면에 나오는 빛과 소리와 움직임이 내 몸에 어떤 감각을 만들어내는지에 집중하면 됩니다. 두 번째 방법은 내레이션을 대사가 아닌 시로 듣는 것입니다. 맬릭 영화의 내레이션은 정보를 전달하지 않습니다.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인물들이 속삭이는 말들이 의미론적으로 해석되는 게 아니라 음악처럼 들릴 때, 이 영화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세 번째는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지루하다는 느낌이 오더라도 화면을 계속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안에 있게 되는 경험이 옵니다. 맬릭의 카메라는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그 느림 안에 이 영화의 전부가 담겨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처음엔 이 영화를 두 번 끄고 세 번째에야 끝까지 봤습니다. 두 번 껐을 때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었고, 세 번째엔 그냥 화면만 보자는 마음으로 틀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이 감독이 말하려는 게 뭔지 느낌으로 들어왔습니다. 이해한 게 아니라 느낀 겁니다. 그게 맬릭 영화와의 첫 번째 진짜 만남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이해하는 영화가 아니라 경험하는 영화라는 말이 이제야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줄거리 대신 무엇을 따라가야 하는가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따라가야 할 것은 줄거리가 아니라 두 가지 원리 사이의 긴장입니다. 영화 초반 내레이션에서 이 원리가 직접 제시됩니다. 자연의 길과 은총의 길. 자연의 길은 욕망, 경쟁, 지배, 생존의 원리이고 은총의 길은 사랑, 희생, 수용, 아름다움의 원리입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하는 아버지는 자연의 길을 체현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강한 자가 이기는 곳이라고 가르치고, 자신의 좌절을 가족에게 전가합니다. 제시카 차스테인의 어머니는 은총의 길입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사랑과 수용을 가르치고, 존재 자체로 빛을 발산합니다. 이 두 원리 사이에서 성장하는 막내 잭의 내면이 이 영화의 서사입니다. 공룡이 등장하는 우주 탄생 시퀀스도 이 맥락에서 읽힙니다. 자연의 역사 전체를 배경으로 깔면서, 인간의 삶이 얼마나 작고 동시에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말합니다. 현재 시점의 숀 펜이 황량한 도시를 걷는 장면은 자연의 길을 선택한 삶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현재형 결말입니다. 이 두 원리를 알고 보면 각 장면이 다르게 읽힙니다. 아버지가 아이의 손을 잡는 장면, 어머니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 아이들이 빈 집 안을 뛰어다니는 장면 모두가 이 두 원리의 충돌과 공존을 담고 있습니다. 이 원리를 알고 다시 봤을 때 영화 전체가 달라 보였습니다. 공룡 장면을 처음 봤을 때는 이게 왜 여기 나오는지 전혀 이해를 못 했는데, 두 원리의 틀로 보니 그 장면이 이 영화에서 없으면 안 되는 이유가 보였습니다. 인간의 이야기를 우주의 시간 안에 놓는다는 게 얼마나 과감한 선택인지, 그리고 그게 왜 아름다운지를 그 순간 처음 이해했습니다. 맬릭의 영화를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가 사실 이 원리를 모르고 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맬릭의 언어, 속삭임·자연·시간이 작동하는 방식
테런스 맬릭은 영화의 언어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감독입니다. 그의 영화에는 세 가지 반복되는 언어가 있습니다. 속삭이는 내레이션, 자연 이미지, 그리고 느린 시간. 이 세 가지가 조합되는 방식이 맬릭 영화의 특징이고, 트리 오브 라이프는 이 세 가지가 가장 완전하게 구현된 작품입니다. 속삭이는 내레이션은 앞서 말한 것처럼 정보 전달이 아닌 감각 유발을 목적으로 합니다. 단어들이 뜻보다 소리로 먼저 작동합니다. 자연 이미지는 맬릭이 인물의 내면을 외부 세계로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물 위의 빛, 들판을 달리는 아이의 실루엣. 이것들은 장식이 아니라 서사입니다. 인물이 말하지 않아도 자연이 그 감정을 대신 말해줍니다. 느린 시간은 관객에게 생각할 공간을 주는 장치입니다. 맬릭의 카메라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한 장면이 충분히 있다가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이 느림이 지루함이 아니라 명상처럼 작동할 때, 맬릭 영화를 제대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에마뉘엘 루베즈키의 촬영이 이 세 가지 언어를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자연광만으로 촬영된 화면들, 광각 렌즈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왜곡, 인물 위로 쏟아지는 빛. 이 화면들이 음악 없이도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트리 오브 라이프가 가장 완벽하게 증명합니다. 맬릭 영화를 보고 나서 뭔가 느꼈는데 뭘 느꼈는지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경험이 있다면 그게 정상입니다. 이 영화는 언어로 설명되는 게 아니라 몸으로 기억되는 영화입니다. 보고 난 뒤 한동안 그 화면들이 떠오르는 경험, 특히 어머니가 공중으로 떠오르는 장면이나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면이 불쑥 기억에 올라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이 영화가 제 역할을 한 것입니다. 맬릭 영화를 어떻게 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 같습니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거기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