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스 돈트 감독의 클로즈는 2022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른 벨기에 영화다. 전 세계 시상식 48관왕을 기록했으며, 1991년생 젊은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첫 장편 걸로 칸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데 이어, 클로즈로 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쥐었다. 벨기에 시골에서 친형제보다 더 가깝게 지내던 13살 소년 레오와 레미가 또래들의 시선에 의해 멀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에덴 담브린과 구스타브 더 비엘러가 두 소년을 연기한다. 이 영화가 우정과 남성성에 대해 묻는 것이 무엇인지, 말 한마디가 어떻게 모든 것을 바꾸는지, 그리고 레오라는 인물이 이 영화에서 무엇을 감당하는지를 이 글에서 이야기한다. 이 영화를 퀴어 영화로 한정 짓는 대신 성장 영화로 보는 것이 이 영화가 말하려는 것에 더 가깝다. 루카스 돈트 감독 자신의 반자전적 기억에서 출발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놀림받던 경험, 그 경험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 개인적 기억이 이 영화의 보편성을 만든다.
클로즈, 말 한마디가 만드는 균열
클로즈에서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 말 한마디다. 레오와 레미가 학교에서 여자 동급생들에게 듣는 질문. 너희 사귀니? 그 질문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두 소년의 관계가 그 질문을 받기 전과 후로 나뉜다. 그 전에는 그냥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 후에는 그 친밀함이 정의되어야 할 무언가가 됐다. 레오가 그 질문에 불안해하는 방식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레오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레미와의 관계가 무엇인지, 그 감정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그런데 주변의 시선이 그것을 정의하려 한다. 그 정의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레오는 레미를 밀어낸다. 루카스 돈트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남성성에 대한 오랜 고민을 담았다고 밝힌 것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소년이 소년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을 불편하게 만드는 시선, 그 시선이 이 영화의 가장 직접적인 비판 대상이다. 남성성이라는 사회적 규범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일찍 작동하는지를 이 영화가 보여준다. 열세 살의 레오가 이 규범을 내면화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가장 조용한 공포다. 이 공포가 소리 없이 온다는 것이 이 영화를 더 무겁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레오가 아이스하키를 시작하는 장면이 가장 마음 아팠다. 레미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더 남자답게 보이려 하는 그 선택이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픈 순간이다. 아직 열세 살인 아이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사회의 시선에 맞춰 지우려 한다. 그 지움이 이 영화의 가장 비극적인 선택이다. 이 선택이 이 영화의 나머지 전체를 결정한다. 레오가 이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어떻게 됐을지를 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그 생각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무거운 것이다. 루카스 돈트 감독이 이 이야기를 우화 같은 시골 풍경 안에 놓는 방식이 이 영화의 시각적 전략이다. 아름다운 것 안에 이렇게 무거운 것이 있다는 대비, 그게 이 영화의 감각이다. 레오가 레미를 밀어낼 때 그 이유를 이 영화가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 앎이 이 영화가 관객에게 직접 닿는 방식이다.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이 레오였던 적이 있다. 또는 레미였던 적이 있다. 그게 이 영화를 보편적으로 만드는 이유다.
레오가 이 영화에서 감당하는 것
클로즈에서 레오가 감당하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무거운 부분이다. 레미를 밀어낸 레오, 그리고 그 결과로 찾아오는 것을 레오가 홀로 견뎌야 한다. 이 영화의 후반부가 레오의 그 감당에 대한 것이다. 루카스 돈트 감독이 레오의 내면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시점숏으로 짐작하게 만드는 방식이 이 영화에서 가장 섬세한 연출이다. 레오가 무엇을 느끼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레오의 눈으로 세계를 보게 만든다. 그 방식이 이 영화의 감정을 관객에게 직접 전달하는 이유다. 에덴 담브린의 연기가 이 영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31살 감독이 선택한 비직업 배우 출신의 이 소년이 이 역할에서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을 담는다. 슬픔과 죄책감, 그리고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을 감당하는 그 표정이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남는 이미지다. 칸이 이 영화에 심사위원대상을 준 것이 두 소년 배우를 알아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레오가 세러피 과정에서 보이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린 나이에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장면이 말한다. 세러피 과정에서 한 학생이 강하다는 건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직접적인 메시지를 담는다. 레오에게 그 말이 어떻게 닿는지를 에덴 담브린이 표정 하나로 전달한다. 구스타브 더 비엘러가 연기하는 레미도 이 영화에서 중요하다. 말이 없고 존재로만 있는 그 인물이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가 그 존재감에 있다. 이 두 소년 배우가 이 영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31살의 젊은 감독이 이 두 배우에게서 이 정도를 끌어냈다는 것이 이 감독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배우와의 소통이 이 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했을지가 화면에서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 레오를 연기한 에덴 담브린이 이 영화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그 주목이 당연하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 알게 된다.
이 영화가 우정에 대해 말하는 것
클로즈가 단순한 퀴어 영화로 읽히지 않는 이유가 있다. 루카스 돈트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말하려는 것이 성정체성보다 우정의 상실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연인 관계의 이별을 다루는 영화는 많지만 우정의 상실을 이만큼 진지하게 다루는 영화는 드물다. 그 드문 것을 이 영화가 한다. 레오와 레미의 관계가 우정인지 사랑인지를 이 영화는 정의하지 않는다. 그 정의 없음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라벨을 붙이는 것이 이 영화의 비극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 영화는 끝까지 라벨을 거부한다. 사랑이 우정이고 우정이 사랑인 그 경계에 이 영화가 있다. 그 경계에 있는 것을 정의하려는 시선이 이 영화의 비극을 만들었다는 것, 이 영화가 가장 조용하게 말하는 것이 그것이다. 동화 같은 시골 풍경과 꽃밭이 이 영화에서 잃어버린 낙원으로 읽힌다. 레오와 레미가 그 꽃밭을 함께 달리던 시절이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 아름다움이 나중에 오는 것과 대비될 때 이 영화의 슬픔이 완성된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영화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 이 영화를 경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보기 시작해서 중반에 무너지는 것, 그게 이 영화가 설계한 감정의 구조다. 개인적으로 클로즈를 보고 나서 내가 어린 시절에 잃은 우정들을 생각했다. 그때 왜 그랬는지, 그 우정이 무엇이었는지를. 이 영화가 그 생각을 만드는 영화다. 유년기의 상실에 대한 아름답고 쓸쓸한 영화, 루카스 돈트가 그것을 완성했다. 이 영화가 시상식에서 48관왕이라는 결과를 만든 이유가 보편성에 있다. 남자이든 여자이든, 퀴어이든 아니든,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이 닿지 않는 사람이 없다. 어린 시절 사회의 시선 때문에 잃었던 것, 그 잃음이 이 영화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클로즈가 성장 영화로 읽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퀴어 영화이기 이전에 모든 사람의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가 단순히 퀴어 서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영화가 제대로 전달된 것이다. 클로즈를 보고 나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면, 그게 이 영화가 가장 잘 작동한 증거다. 루카스 돈트가 두 번째 장편으로 이 정도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앞으로 이 감독의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 감독이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지, 클로즈를 보면 그 기대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