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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헤리턴트 바이스, 히피의 마지막 여름

by 멋진엄마 2026. 7. 7.

인헤리턴트 바이스 포스터
인헤리턴트 바이스 포스터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인헤리턴트 바이스는 2014년 개봉해 아카데미 각색상과 의상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미국 작가 토머스 핀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핀천의 소설이 영화화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1970년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약물에 절어 사는 사설탐정 닥이 전 여자친구의 실종을 수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호아킨 피닉스, 조시 브롤린, 리즈 위더스푼, 베니치오 델토로가 출연한다. 히피 문화가 저물어가던 시대의 편집증과 몽환적 분위기를 담은 이 영화가 PTA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핀천 원작을 어떻게 영화로 옮겼는지, 그리고 이 영화의 감각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이 글에서 이야기한다. PTA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가볍고 가장 몽환적인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왜 이 영화를 한 번 보고 이해하려는 시도를 포기해야 하는지도 이 글에서 이야기한다. 이 영화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 어려움이 이 영화의 실패가 아니라 이 영화의 특성이라는 것을 알면 다르게 보인다. 148분 내내 이 영화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는 것, 그게 이 영화가 주는 경험이다. 그 경험이 불편한 사람도 있고 즐거운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이 영화가 경험으로 남는다는 것, 그게 이 영화의 성취다.

인헤리턴트 바이스, 히피 시대의 황혼

인헤리턴트 바이스의 배경인 1970년 로스앤젤레스는 특별한 시대다. 히피 문화가 절정을 지나 서서히 저물어가던 그 시점, 맨슨 일가의 살인 사건이 터지고 1960년대의 낙관주의가 무너지기 시작한 바로 그 시대. 이 영화가 그 시대의 공기를 담는 방식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닥이 마리화나를 피우며 수사하는 방식, 그리고 그 수사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미로 같아지는 방식이 이 시대의 감각을 영화적으로 표현한다. 관객도 닥처럼 약을 한 것 같은 기분으로 이 영화를 따라가게 된다는 평가가 있다. 그 기분이 이 영화의 의도다. 필름 누아르의 형식을 빌렸지만 그 형식이 점점 녹아내리는 방식이 이 영화에서 가장 특별한 부분이다. 하워드 혹스의 빅 슬립이나 로버트 알트만의 기나긴 이별이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된다. 그 두 작품과의 연결이 이 영화가 어느 전통 안에 있는지를 말한다. 그 전통 안에 있으면서 동시에 그 전통을 비트는 것이 이 영화의 방식이다. 누아르의 형식이 약에 취한 것처럼 무너지는 그 방식이 이 영화에서 가장 독창적인 부분이다. 형식을 비트는 것이 내용이 되는 방식, 인헤리턴트 바이스가 그것을 가장 기이하게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닥이 형사 빅풋과 주고받는 장면들이 가장 웃기고 가장 슬프다. 이 두 인물이 이 시대의 두 방향을 상징한다. 낡은 히피 문화와 새로운 체제의 충돌, 그 충돌이 이 영화의 코미디이자 비극이다. 맨슨 사건 이후 히피들이 그 순수함을 잃어가는 시대, 그 상실이 이 영화의 배경 음악처럼 깔려 있다. 닥이 전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는 것과 이 시대가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는 것이 이 영화에서 겹쳐진다. 개인의 상실과 시대의 상실이 동시에 오는 방식이 이 영화를 단순한 탐정 영화 이상으로 만드는 이유다.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이 이 영화의 몽환적 감각을 완성한다. 이 영화의 음악이 이 시대의 공기를 담는 방식이 PTA와 그린우드의 협업이 이 영화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결과다. 음악이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언어라는 것, 인헤리턴트 바이스를 보면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음악이 없었다면 이 영화의 절반이 사라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핀천을 영화로 옮기는 일

토머스 핀천의 소설은 난해함으로 유명하다. 방대한 분량과 복잡한 구조, 수많은 인물들이 뒤얽히는 그 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있었다. 인헤리턴트 바이스가 최초로 핀천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된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핀천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 이 소설이 상대적으로 단순하다는 것, 그리고 PTA가 이 감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함께 작용했다. PTA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핀천의 원작 텍스트를 대사로 그대로 사용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그 충실함이 이 영화를 핀천의 감성에 가장 가깝게 만드는 방식이다. 플롯을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라 분위기를 경험하는 영화라는 것, 이 영화를 즐기는 방법이 그것이다. 조시 브롤린이 연기하는 형사 빅풋이 이 영화에서 가장 코믹한 존재다. 엄격한 체제를 대표하는 이 인물이 닥의 세계와 충돌할 때마다 이 영화의 블랙 코미디가 완성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한 번 보고 이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그냥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가 달리 보인다. 플롯 파악을 내려놓는 순간 이 영화의 질감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 질감이 이 영화의 진짜 내용이다. 핀천의 소설이 영화화되기 어렵다는 것은 그 소설이 언어로만 가능한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PTA가 그것을 영화 언어로 번역하는 방식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성취다. 완전히 성공했는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것이다. 그런데 그 다름 자체가 이 영화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다. 리즈 위더스푼과 베니치오 델토로가 짧지만 인상적인 장면들을 남긴다는 것도 이 영화의 즐거움 중 하나다. 이 영화가 가진 앙상블의 힘이 거기에 있다. 짧게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가 이 시대의 단면을 담는다. 그 단면들이 모여 이 시대의 전체 그림이 된다. 부기 나이트의 에너지가 이 영화에서 다른 시대, 다른 형식으로 돌아온다는 느낌이 든다. 1970년대 LA가 PTA의 세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를 이 두 영화가 함께 말한다.

PTA 필모그래피에서 이 영화의 위치

인헤리턴트인헤리턴트 바이스는 PTA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가볍고 가장 몽환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데어 윌 비 블러드와 더 마스터의 무거움 이후 이 영화가 나왔다는 것이 이 영화를 다르게 보이게 만든다. 같은 감독이 이렇게 다른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그 범위가 이 감독의 능력을 말한다. 리코리쉬 피자와 함께 PTA 필모그래피의 두 밝고 가벼운 작품으로 꼽힌다. 이 두 영화가 모두 1970년대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PTA가 자란 공간이 그곳이고, 그 공간에 대한 그의 애정이 이 두 영화에 담겨 있다. 호아킨 피닉스의 닥이 이 영화에서 완전히 다른 호아킨을 보여준다. 더 마스터의 프레디와 같은 배우가 연기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만큼 다른 에너지를 가진 인물이다. 그 다름이 이 배우의 범위를 보여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닥이 멍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 표정이 이 영화의 핵심 이미지다. 이해하려고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그 표정, 그게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표정과 같다. 개인적으로 인헤리턴트 바이스는 PTA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맛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감독의 다른 영화들을 알고 보면 이 영화가 그 맥락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보인다. 가장 쉬운 PTA 입문 작은 리코리쉬 피자이지만, PTA의 가장 재미있는 측면을 보는 데는 인헤리턴트 바이스가 그 역할을 한다. 이 영화가 PTA의 필모그래피에서 유일하게 원작 소설에서 출발한 작품이라는 것도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다. 다른 작품들은 모두 PTA 자신의 각본이었다. 그 차이가 이 영화에서 느껴진다. 핀천의 언어와 PTA의 화면이 만났을 때 무엇이 만들어지는지를 이 영화가 보여준다. 그 만남이 완벽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 불완전함조차 이 영화의 일부라는 것이 이 영화를 핀천 소설처럼 만드는 이유다. 핀천의 소설도 불완전함을 내포한다. 그 불완전함이 이 영화와 소설의 공통점이다. 인헤리턴트 바이스를 보고 나면 토머스 핀천의 소설이 궁금해진다. 그 궁금함이 이 영화가 만드는 것 중 하나다. 영화가 원작을 읽고 싶게 만든다면, 그게 이 영화가 성공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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