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는 202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으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보스가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에밀리아 페레즈라는 새로운 인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뮤지컬 형식으로 담아낸다. 프랑스 감독이 스페인어로, 멕시코 배경으로 만든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을 허락하지 않는다. 뮤지컬과 범죄 스릴러가 어떻게 하나의 영화 안에서 공존하는지, 에밀리아라는 인물이 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이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왜 이 작품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지를 이 글에서 이야기한다. 어떤 영화와도 비슷하지 않다는 말이 이 영화만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칸에서 9분 기립박수를 받은 영화가 동시에 가장 많은 논란을 낳은 이유, 그 복잡함이 이 영화를 2024년 가장 이야기하기 어려운 영화로 만든다. 그리고 그 이야기하기 어려움이 이 영화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영화는 보고 나서 할 말이 생기는 영화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그 기준을 확실하게 충족한다.
에밀리아 페레즈, 뮤지컬이 선택된 이유
에밀리아 페레즈에서 가장 먼저 관객을 놀라게 하는 것은 뮤지컬이라는 형식이다. 카르텔 보스가 성전환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뮤지컬로 푼다는 것이 처음에는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선택이 오히려 가장 정확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뮤지컬에서 노래는 감정이 말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때 터져 나오는 것이다. 에밀리아의 이야기, 즉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온 사람이 마침내 자신이 되는 이야기는 바로 그 감정의 폭발을 요구한다. 말로는 담을 수 없는 감각, 그것을 뮤지컬이 담아내는 것이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이 영화에서 뮤지컬을 선택한 것은 장르적 실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이야기에 가장 어울리는 형식을 찾은 결과이기도 하다. 에밀리아가 처음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때 노래로 표현되는 그 장면, 말이 아닌 음악이 그 순간을 담는다. 그 선택이 이 영화를 단순한 트랜스젠더 이야기도 아니고 단순한 범죄 영화도 아닌 다른 무언가로 만드는 지점이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이 형식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조 샐다나, 셀레나 고메즈 모두 연기와 노래와 춤을 동시에 소화하면서 이 영화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특히 셀레나 고메즈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팝스타로서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뮤지컬 넘버를 소화한다. 그 조합이 이 영화에서 가능했다는 것이 놀랍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뮤지컬 장면들이 단순히 볼거리가 아니라 이야기를 이끄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노래가 나올 때마다 이 인물들이 지금 어떤 감정 상태인지가 더 선명하게 전달된다. 뮤지컬이 감정을 과장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 에밀리아 페레즈가 그 사실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 장르 조합이 처음에는 낯설지만 보면 볼수록 이것 말고 다른 방식이 있었을까 싶어진다. 그 필연성이 이 영화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부분이다. 뮤지컬 영화가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것, 에밀리아 페레즈 이전과 이후로 뮤지컬 영화의 가능성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그 가능성을 처음 보여준 영화라는 것, 그게 이 영화의 역사적 위치다.
에밀리아라는 인물이 말하는 것
에밀리아 페레즈에서 주인공의 여정은 단순한 성전환 이야기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자신이 아닌 사람으로 살아온 사람이 마침내 자기 자신이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변화가 곧바로 해방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준다. 에밀리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과거의 자신이 만들어놓은 것들이 그 새 삶을 계속 따라온다. 카르텔 보스로서 저지른 일들, 남겨둔 가족들, 숨겨진 역사. 정체성이 바뀌어도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에밀리아가 마주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이 이야기 구조가 이 영화를 트랜스젠더 영화라는 단순한 카테고리로 읽히지 않게 만드는 이유다. 자기 자신이 되는 것과 과거를 청산하는 것이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 새로운 정체성을 갖는다고 해서 이전의 삶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그 복잡함이 이 영화를 단순한 성장 서사나 해방 서사와 다르게 만든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의 연기가 이 복잡함을 담아낸다. 새로운 자신으로 존재하는 기쁨과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두려움이 한 얼굴 안에 공존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에밀리아가 자녀들 앞에 서는 장면이 가장 복잡한 감정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그녀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 모름 앞에서 에밀리아가 느끼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다. 정체성과 역할과 과거와 현재가 모두 그 순간 안에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이 영화에서 뮤지컬 형식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말로는 담을 수 없는 그 감정이 음악으로 흘러나올 때, 이 영화가 왜 뮤지컬을 선택했는지가 가장 선명하게 이해된다. 에밀리아라는 인물이 이 영화에서 단순한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 보편성이 이 영화를 특수한 이야기인 동시에 모두의 이야기로 만든다. 자신이 아닌 사람으로 살았던 경험이 있다면, 그 경험이 얼마나 다른 맥락에 있든 에밀리아의 이야기가 닿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논란이 이 영화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방식
에밀리아 페레즈를 둘러싼 논란을 빼놓고 이 영화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프랑스 감독이 멕시코 문화와 카르텔을 다루면서 멕시코 현지 자문이나 로케이션 없이 파리에서 모든 촬영을 진행했다는 점, 멕시코를 다루는 방식이 스테레오타입에 기댄다는 비판이 개봉 이후 꾸준히 제기됐다. 이 비판은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누가 누구의 이야기를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이 불편하지만 중요하다. 이 영화가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연기가 탁월하다는 사실과 그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동시에 사실일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보는 것이 이 영화를 정직하게 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좋을 수 있고, 동시에 그 영화가 다루는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인 경우가 있다. 에밀리아 페레즈가 그 경우다. 그 복잡함 앞에서 단순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 이 영화를 가장 정직하게 보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칸에서 9분 기립박수를 받고 심사위원상을 받은 이유가 있다. 어떤 영화도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의 조합, 뮤지컬과 범죄와 정체성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방식이 전례 없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 에너지가 논란을 포함해서 이 영화를 2024년 가장 많이 이야기된 영화로 만든 이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많은 것을 생각했다. 영화가 좋은가 나쁜가라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이 영화가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불편한지를 동시에 생각하게 됐다. 그 생각이 오래 이어지는 영화, 그게 에밀리아 페레즈다. 보고 나서 좋았다 나빴다를 바로 말하기 어렵고, 그 어려움이 이 영화가 얼마나 복잡한 것을 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024년 영화 중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라는 것, 그게 이 영화가 오래 이야기될 이유다. 어떤 방식으로 읽히든, 에밀리아 페레즈는 영화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의 경계를 밀어붙인 작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밀어붙임이 이 영화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보고 나서 생각하게 만든다.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기준이 있다면, 에밀리아 페레즈는 그 기준을 충분히 충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