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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아이들만 남겨진 세계

by 멋진엄마 2026. 6. 8.

아무도 모른다 포스터
아무도 모른다 포스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는 2004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1988년 도쿄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어머니에게 버려진 네 남매가 아무도 모르는 채로 아파트 안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야기라 유야가 연기한 열두 살 아키라가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버티는 과정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모든 영화 중에서도 가장 조용하고 가장 무거운 작품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버려지는지, 세상이 어떻게 그것을 모른 체하는지, 그리고 이 영화가 그 상황을 어떻게 담아내는지를 이 글에서 이야기한다. 보고 나서 오래 말을 잃게 만드는 영화다. 실화라는 사실이 이 영화를 더 무겁게 만들고, 고레에다 감독의 조용한 연출이 그 무게를 끝까지 버티게 한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무겁다는 것을 알고 가더라도 실제 무게는 예상보다 더 깊다. 그 깊이가 이 영화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대표작으로 만드는 이유다. 준비하고 봐야 하는 영화다. 그 준비가 무엇인지를 이 영화가 가르쳐준다. 보고 나면 안다. 그리고 보고 나서 한동안 이 영화의 감각이 남아 있는다.

아무도 모른다, 세상이 모른 체하는 방식

아무도 모른다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다. 세상이다. 네 아이가 아파트 안에서 아무런 지원 없이 살아가고 있는데,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개입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존재 자체가 공식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웃도, 행정도, 사회도 이것을 보지 않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에서 어머니를 악당으로 그리지 않는다. 사회를 직접 고발하는 장면도 없다. 그냥 아이들의 일상을 따라간다. 그 일상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이 영화는 그 모든 것을 말한다.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해 먹고, 돈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동생들과 옥상에서 논다. 이 일상이 처음에는 평범하게 보인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 일상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가 드러난다. 전기가 끊기고, 물이 끊기고, 음식이 떨어진다. 아키라는 열두 살인데 열두 살이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을 감당하고 있다. 그 감당이 얼마나 지쳐가는지를 이 영화는 천천히 보여준다. 빠르게 악화되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그 속도가 이 영화의 가장 정직한 선택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이 아키라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열두 살이 지어야 할 표정이 아닌 것들이 그 얼굴 안에 있다. 책임감, 피로, 그리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아이의 감각. 그 얼굴이 이 영화에서 세상이 모른 체하는 것의 실체를 보여준다. 그 얼굴 하나가 이 영화의 모든 고발이다. 어떤 장면도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는데, 그 얼굴 앞에서 관객은 저절로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그 느낌이 무엇인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분노일 수도 있고, 슬픔일 수도 있고, 무력감일 수도 있다. 어느 것이든 이 영화를 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레에다 감독이 이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직접 말하지 않고 보여주는 것, 그 방식이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언어다. 아키라의 얼굴이 말하는 것을 어떤 대사도 대신할 수 없다. 이 영화에서 대사가 많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야기라 유야가 이 영화에서 하는 것

야기라 유야는 이 영화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당시 그의 나이는 열네 살이었다. 칸 역사상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 기록이다. 그 기록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아키라라는 인물은 이 영화에서 거의 울지 않는다. 화내지도 않는다. 그냥 계속 버틴다. 그 버팀이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자연스럽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배우들에게 대본을 미리 주지 않고 상황을 주는 방식으로 찍었다고 알려져 있다. 아이 배우들이 상황 안에서 반응하게 하는 것이다. 그 방식이 이 영화에서 완벽하게 작동한다. 아키라가 동생들을 돌보는 장면들이 연기처럼 보이지 않는다. 진짜 그 아이가 그 상황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자연스러움이 이 영화가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이 아키라가 음식을 구하러 나가는 장면들이라고 생각한다. 큰 마트에서 유통 기한 지난 음식을 사는 장면, 아르바이트를 찾아 헤매는 장면. 그 장면들에서 야기라 유야의 얼굴에 담긴 것이 어떤 대사보다 많은 것을 전달한다. 아이인데 아이로 살 수 없는 상황, 그 상황을 이 배우가 온몸으로 담아낸다. 칸이 이 연기에 남우주연상을 준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이 영화가 이 배우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야기라 유야가 이 영화 이후 배우로서의 길을 계속 걸은 것은 물론이지만, 이 역할이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 나이에 이 무게를 감당했다는 것이 이 배우를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다. 연기라는 것이 이렇게 조용하고 이렇게 정확할 수 있다는 것, 야기라 유야가 이 영화에서 그것을 보여준다. 아역 배우가 이 정도의 무게를 담아낸 경우가 영화 역사에서 얼마나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이 수상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가 보인다. 그리고 그 수상이 이 배우뿐 아니라 이 영화 자체에 대한 인정이었다는 것도.

고레에다가 이 영화에서 선택한 거리

아무도 모른다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선택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다. 이 영화는 이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과장된 감정 씬이 없고, 울음을 강요하는 음악이 없고, 충격적인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 없다. 대신 그냥 따라간다. 아이들의 일상 속도로, 아이들이 사는 공간 안에서 카메라가 함께 있는다. 이 거리감이 처음에는 냉정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 거리가 오히려 더 깊이 닿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이 스스로 느끼게 된다. 강요되지 않은 슬픔이 더 오래 남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건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일어난 일을 알게 되는 방식이 간접적이고 조용하다. 그 조용함이 그 사건을 더 무겁게 만든다. 직접 보여줬다면 충격이었겠지만, 보여주지 않고 알게 하는 방식이 훨씬 더 오래 남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모두 그 방식으로 전달된다. 보여주지 않는 것이 보여주는 것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것, 아무도 모른다가 그것을 가장 정확하게 실천한 영화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 아이들이 어떻게 됐을지를 오래 생각했다. 실화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생각이 더 무거웠다. 고레에다 감독이 이 이야기를 이 방식으로 담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판단하지 않고 보여주는 것, 그 방식이 오히려 모든 판단을 관객에게 돌려준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사람은 없다. 그 느낌이 무엇인지를 각자가 스스로 정의해야 한다. 그게 이 영화가 관객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판단을 내려주지 않고 느끼게만 하는 영화, 그 방식이 이 영화를 본 뒤 오래 따라다니는 이유다. 아무도 모른다는 고레에다의 영화 중 가장 보기 어렵지만 가장 보아야 하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세상을 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진다면, 그게 이 영화가 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그게 아무도 모른다다. 이 영화가 그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 그게 이 영화가 존재해야 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 영화로 세상에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는 영화를 보고 나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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