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개봉한 소셜 네트워크는 그해 아카데미 각색상, 편집상, 음악상을 수상하며 비평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각본가 아론 소킨의 조합이 만들어낸 이 영화는 페이스북 창업 이야기를 배신과 소송, 천재의 고독이라는 프레임으로 풀어냅니다. 그런데 실제로 페이스북이 만들어진 과정은 영화와 꽤 다릅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극적 각색인지, 실화와 영화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봅니다.
소셜 네트워크 실화 vs 영화, 페이스북 창업 차이 총정리
영화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여자친구 에리카에게 차인 직후 분풀이로 페이스북의 전신 페이스매시를 만드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런데 실제 저커버그는 영화 속 에리카처럼 갑작스럽게 그를 떠난 여자친구가 없었습니다. 페이스매시를 만든 건 맞지만 동기는 달랐고,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 프리실라 챈과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함께합니다. 영화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허구 중 하나가 저커버그의 동기를 여성에게 인정받지 못한 상처로 설정한 것입니다. 아론 소킨은 이에 대해 영화는 사실을 다루는 게 아니라 진실을 다룬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이 영화의 태도를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에두아르도 사베린과의 관계도 영화와 실제가 다릅니다. 영화에서 사베린은 저커버그에게 일방적으로 배신당하는 억울한 공동창업자로 그려지지만, 실제 법정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고 사베린은 합의 후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둘의 관계가 영화처럼 완전히 파탄 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영화 속 저커버그가 실제보다 훨씬 냉정하고 계산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은 저커버그 본인도 지적한 부분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저커버그를 그냥 천재 창업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근데 나중에 실제 저커버그에 대한 글들을 읽어보니 영화가 만들어낸 이미지와 실제 사이에 꽤 큰 간격이 있었습니다. 영화가 설득력 있게 만들어진 탓에 허구가 사실처럼 각인되는 경험이었는데, 그게 이 영화의 힘이면서 동시에 위험한 지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윙클보스 형제 소송, 실제로는 어떻게 됐나
영화에서 윙클보스 형제는 저커버그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훔쳐 페이스북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인물들로 등장합니다. 하버드 조정 팀 출신의 이 쌍둥이 형제는 저커버그가 자신들이 기획한 소셜 네트워크 하버드 커넥션 개발을 돕기로 해놓고 그 아이디어를 가로챘다고 소송을 제기합니다. 영화에서는 이 소송이 결국 6,500만 달러 합의로 마무리되는 것으로 처리됩니다. 실제로도 합의가 이뤄졌지만, 윙클보스 형제는 이후 합의 금액이 부당하다며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이 시도는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합의금 중 일부를 현금이 아닌 페이스북 주식으로 받은 윙클보스 형제는 이 주식이 나중에 엄청난 가치를 갖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억만장자가 됐습니다. 영화가 이 부분을 다루지 않은 건 흥미롭습니다. 피해자처럼 그려진 인물들이 결국 엄청난 부를 얻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영화의 서사 구조가 흔들리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또 윙클보스 형제는 이후 비트코인에 일찍 투자해 암호화폐 억만장자가 됐다는 사실도 영화 밖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억울한 피해자들이 현실에서는 꽤 잘 풀린 셈입니다. 영화와 현실의 간격이 이 인물들에게서 가장 크게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윙클보스 형제에게 감정 이입이 됐는데, 실제 결말을 알고 나니 그 감정이 좀 민망해지더라고요. 영화가 얼마나 교묘하게 감정을 설계하는지를 이 인물들을 통해 실감했습니다.
소킨의 각본이 창업 신화를 해체하는 방식
소셜 네트워크가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닌 이유는 아론 소킨의 각본이 페이스북 창업 신화를 찬양하는 대신 해체하는 방향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소킨은 벤 메즈리치의 책 우연한 억만장자를 원작으로 삼았는데, 이 책 자체도 사베린 측의 관점을 강하게 반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이 영화는 처음부터 중립적인 시각을 가진 게 아니라 특정 시각에서 출발합니다. 소킨이 이 이야기를 통해 말하려 한 건 천재와 성공의 어두운 이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연결한 서비스를 만든 사람이 정작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는 연결되지 못했다는 아이러니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저커버그가 에리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친구 신청을 하고 새로고침을 반복하는 장면은 이 주제를 상징적으로 압축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든 사람이 한 명의 친구 승인을 기다리는 장면, 이게 소킨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겁니다. 실화와 다른 부분이 많다는 걸 알고 나서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하나 잠깐 고민했습니다. 근데 결국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성공과 고독에 대한 이야기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이 영화가 전달하는 질문, 연결을 만들어낸 사람이 왜 가장 고립돼 있는가라는 질문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 질문이 유효한 한 이 영화는 계속 볼 이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