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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리쉬 피자, 1973년의 청춘

by 멋진엄마 2026. 7. 3.

리코리쉬 피자 포스터
리코리쉬 피자 포스터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리코리쉬 피자는 2021년 개봉해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 후보에 오르고 BAFTA 각본상과 전미 비평가 위원회상 작품상·감독상·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가 선정한 2022년 올해의 영화 2위이기도 하다. 1973년 캘리포니아 샌퍼난도 밸리를 배경으로 고등학생 개리와 불안한 20대 알라나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알라나 하임과 쿠퍼 호프먼이 연기하며, 쿠퍼 호프먼은 고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아들로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더 마스터와 팬텀 스레드 이후 PTA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가볍고 밝은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영화가 왜 이렇게 달리는 영화인지, 두 배우가 어떻게 이 영화를 만드는지, 그리고 1973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가 어떤 감각을 만드는지를 이 글에서 이야기한다. PTA 필모그래피 입문작으로 이 영화가 가장 좋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맞다. 가장 쉽고 가장 아름다운 PTA가 여기 있다. 이 영화 한 편으로 이 감독을 좋아하게 되는 사람이 많다. 그 입문의 설득력이 이 영화의 힘이다.

리코리쉬 피자, 달리는 영화

리코리쉬 피자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이 에너지다. 개리와 알라나가 함께 달리는 장면들이 이 영화 전체에 걸쳐 반복된다. 그 달리기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어디를 향해 달리는 지보다, 함께 달린다는 사실 자체가 이 영화의 주제다. 사랑이 특별한 순간에 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함께 있는 시간들 안에서 온다는 것, 리코리쉬 피자가 그것을 가장 가볍게 말하는 영화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이 영화를 위해 35mm 필름을 선택한 것이 이 영화의 질감을 결정한다. 디지털이 아닌 필름이 만드는 1970년대의 감각, 약간 흐릿하고 약간 따뜻한 그 질감이 이 영화를 시대극이 아니라 기억처럼 만든다. 그 기억 안에서 개리와 알라나가 달린다. PTA 감독의 이전 작품들이 무겁고 복잡한 감정을 담았다면, 이 영화는 다르다. 밝고 유쾌하고 가볍다. 그 가벼움이 이 감독에게서 나왔다는 것이 이 영화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가장 무거운 영화들을 만든 감독이 가장 가벼운 영화를 만들 때 그 가벼움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 영화가 보여준다. 그 가벼움이 얕지 않다는 것, 리코리쉬 피자를 보고 나서 알게 된다. 유쾌하고 가볍지만 사랑에 대해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 역설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개리와 알라나가 언덕을 달려 내려오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오래 남는다. 그 달리기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담는다. 사랑이 이런 것일 수 있다는 것을 그 달리기가 말한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초기작들, 부기 나이츠나 매그놀리아의 에너지가 이 영화에서 돌아온다는 평가가 있다. 그 에너지가 더 성숙하고 더 여유로운 형태로 온다는 것이 이 영화의 특별함이다. 10년간 무거운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이 이 가벼움을 만들 때, 그 가벼움이 다르게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 PTA 감독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방식이 가장 따뜻하다. 샌퍼난도 밸리가 그의 고향이고, 이 영화가 그 고향에 보내는 러브 레터라는 것을 알고 보면 모든 장면이 다른 온도로 느껴진다. 그 온도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따뜻하게 남는 이유다. 이 따뜻함이 PTA 영화에서 이 정도로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특별하다.

알라나 하임과 쿠퍼 호프먼

리코리쉬 피자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두 주인공이다. 알라나 하임은 록밴드 하임의 멤버로, 이 영화가 연기 데뷔작이다. 쿠퍼 호프먼은 고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아들로, 역시 이 영화가 첫 주요 연기작이다. 두 사람 모두 직업 배우가 아닌 상태에서 이 영화에 나온다는 것이 이 영화의 에너지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거기 있는 것 같은 그 자연스러움이 이 영화를 가능하게 한다. 알라나 하임이 연기하는 알라나 케인이 이 영화의 진짜 중심이다. 개리가 이 이야기의 출발점이지만, 알라나가 이 영화를 끌어간다. 20대의 불안함,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모르는 상태, 그런데 개리 옆에서만 자신답게 있을 수 있는 그 감각. 알라나 하임이 이것을 연기가 아닌 존재로 보여준다. 전미 비평가 위원회가 두 사람에게 공동 신인연기상을 준 것이 당연하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드는 케미가 이 영화의 전부다. 쿠퍼 호프먼의 아버지 필립 시모어 호프먼이 PTA 영화의 핵심 배우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아들이 PTA 영화에서 이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 영화를 더 감동적으로 만든다. 개인적으로 쿠퍼 호프먼에게서 아버지의 흔적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이 간다. 아버지가 PTA 영화에서 보여줬던 그 자연스러움이 아들에게서도 느껴진다. 그것이 유전인지 훈련인지는 알 수 없지만, 카메라 앞에서 그냥 존재하는 능력이 두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있다. 이 영화가 필립 시모어 호프먼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PTA가 자신의 가장 중요한 배우의 아들을 이렇게 화면에 담는다는 것, 그 선택이 이 영화를 더 의미 있게 만든다. 알라나 하임도 마찬가지로 PTA와 오래 인연을 맺어온 음악인이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이 모두 PTA의 오래된 관계 안에서 나왔다는 것이 이 영화의 따뜻함을 설명한다. 이 두 사람이 아닌 다른 배우들이었다면 이 영화가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이 캐스팅이 얼마나 중요한 선택이었는지를 영화를 보면 알게 된다.

1973년이 만드는 감각

리코리쉬 피자에서 1973년 샌퍼난도 밸리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자란 곳이고, 그가 기억하는 시대다. 이 영화가 PTA의 개인적인 향수와 연결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따뜻함을 만드는 이유다. 웨스 앤더슨이 뉴요커 잡지를 프렌치 디스패치로 추억하듯이, PTA도 이 영화로 자신의 어린 시절 공간을 추억한다. 그 추억이 이 영화를 시대극이 아닌 러브 레터처럼 만든다. 1973년은 오일 쇼크의 해이기도 하다. 영화 안에서 주유소 장면이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된다. 역사적 사건이 주인공들의 일상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방식이 이 영화에서 PTA 연출의 성숙함을 보여준다. 개리와 알라나가 사업을 시작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도 이 시대의 캘리포니아 드림과 맞닿아 있다. 뭐든 될 수 있을 것 같은 시대, 그 시대의 에너지가 두 사람의 달리기와 겹쳐진다. 워터베드 가게, 핀볼 기계 사업, 레스토랑. 이 사업들이 실패해도 개리와 알라나는 계속 달린다. 그 달림이 이 시대와 이 두 사람의 청춘을 동시에 표현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1973년 캘리포니아가 궁금해졌다. 이 영화가 그 시대를 이렇게 생생하게 만들어낸다는 것, 35mm 필름의 힘이 그것이다. 리코리쉬 피자는 PTA 필모그래피의 가장 쉬운 입문작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의 다른 작품들로 향하게 될 것이다. 리코리쉬 피자가 보여주는 것은 영화가 얼마나 가벼울 수 있는지, 그 가벼움이 얼마나 소중한지다. 무거운 영화만이 진지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 이 영화가 그것을 증명한다.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 그게 리코리쉬 피자다. 무거운 하루가 끝난 날 보고 싶은 영화, 사랑이 이런 것일 수 있다고 다시 믿고 싶을 때 보고 싶은 영화. 리코리쉬 피자가 그 자리에 있다. 그 자리가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이유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 중 가장 많이 재관람하고 싶어지는 영화, 리코리쉬 피자다. 그리고 볼 때마다 개리와 알라나의 달리기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 그게 이 영화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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