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더 홀드오버 스는 2023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바튼 아카데미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1970년 크리스마스 방학을 배경으로 뉴잉글랜드의 기숙학교에 남겨진 고집스러운 역사 교사 폴 허넘과 문제아 학생 앵거스 털리, 그리고 베트남에서 아들을 잃은 식당 주방장 메리 램이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이야기다. 폴 지아마티, 도미닉 세사,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 세 배우가 만들어내는 앙상블이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겨진 사람들이 서로에게 어떻게 닿게 되는지, 이 영화의 따뜻함이 감상적이지 않은 이유, 그리고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의 연기가 왜 이 영화의 가장 깊은 부분인지를 이 글에서 이야기한다. 크리스마스 영화이지만 크리스마스 영화답지 않게 오래 남는 영화, 더 홀드오버스가 그런 작품이다. 세 배우의 앙상블이 이 영화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그 앙상블이 이 글의 중심이다. 보고 나서 세 사람이 오래 생각나는 영화다. 이 세 사람을 알게 되는 것, 그게 이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다.
더 홀드오버스, 원치 않은 크리스마스가 주는 것
더 홀드오버스에서 세 사람은 모두 자신이 원해서 이 학교에 남은 것이 아니다. 폴 허넘은 벌로 남아야 했고, 앵거스는 어머니의 재혼 일정 때문에 오갈 곳이 없었고, 메리는 아들을 잃은 슬픔 속에서 일을 이어가고 있다. 원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세 사람이 원하지 않았지만 함께 있게 되는 것, 그게 이 영화의 시작이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이 상황을 억지 감동의 장치로 쓰지 않는다. 세 사람이 처음부터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다. 폴은 거만하고 까다롭다. 앵거스는 반항적이고 입이 거칠다. 메리는 두 사람 모두에게 거리를 둔다. 이 관계가 조금씩 변해가는 방식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특별한 사건 없이, 그냥 함께 있는 시간이 쌓이면서 세 사람 사이에 무언가 생긴다. 눈 쌓인 캠퍼스를 함께 걷고, 식사를 함께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조금씩 듣게 된다. 그 조금씩이 이 영화에서 가장 정직한 감동의 방식이다. 관계가 이렇게 생긴다는 것, 특별한 사건 없이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 사이에 무언가가 쌓인다는 것을 이 영화가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폴과 앵거스가 처음으로 진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 모두 상처가 있고, 두 사람 모두 혼자다. 그 공통점이 말로 확인되지 않고 그냥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느껴지는 방식, 그게 이 영화가 감동을 만드는 방식이다. 원하지 않은 크리스마스가 오히려 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준다는 것, 이 영화가 그것을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 보여주는 방식이 조용하기 때문에 감동이 더 오래 남는다. 세 사람이 연말을 함께 보내고 나서 각자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 그 달라짐이 드라마틱하지 않기 때문에 더 진짜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가 억지 감동 없이 감동적인 이유가 그 달라짐의 속도 때문이다. 느리고, 작고, 조용한 변화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울림을 만든다. 그 울림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남아 있다. 그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기는 감각이다. 그 감각이 이 영화의 가장 정직한 선물이다. 크리스마스에 남겨진다는 것이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감상적이지 않은 따뜻함의 방식
더 홀드오버스는 따뜻한 영화다. 그런데 이 따뜻함이 감상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다. 비슷한 설정의 영화들이 억지 눈물을 만들려 하는 곳에서, 이 영화는 오히려 한 발 물러선다. 폴 허넘이라는 캐릭터가 그 방식을 만드는 핵심이다. 폴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고집스럽고, 독설적이고, 자신이 옳다는 확신에 가득 차 있다. 영화가 끝날 때 그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 안에서 조금씩 무언가가 달라진다. 앵거스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고, 메리의 슬픔 앞에서 잠시 멈추게 된다. 그 변화가 크지 않기 때문에 더 진짜처럼 느껴진다. 폴 지아마티의 연기가 이 미묘한 변화를 담아낸다. 그의 얼굴에서 독설과 따뜻함이 동시에 보이는 순간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정확한 감정으로 전달된다. 이 영화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그 시대의 감각을 재현하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필름 그레인이 있는 화면, 그 시대의 음악, 1970년대 미국 사회의 분위기가 이 영화에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깔려 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지 않은 시대, 사회가 변화하는 시대. 그 시대적 맥락이 세 인물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따뜻함이 설득력 있는 이유가 인물들이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이 이 영화의 감동이다. 그 감동이 억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세 인물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기 때문에 보고 나서 더 오래 남는다. 이 영화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유도 그 자연스러움과 연결된다. 그 시대의 감각이 이 이야기를 더 진짜처럼 만든다. 그리고 그 시대의 외로움이 지금의 외로움과 다르지 않다는 것도. 어느 시대든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같은 감각으로 닿는다. 더 홀드오버스가 1970년대 영화인데 지금 봐도 낡지 않는 이유다.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의 연기가 남기는 것
더 홀드오버스에서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가 연기하는 메리 램은 이 영화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무거운 인물이다. 베트남에서 아들을 잃었다. 그 슬픔을 이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많지 않다. 그냥 거기에 있다. 일을 하고, 음식을 만들고, 학교를 지킨다. 그 일상 안에 슬픔이 깔려 있다.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는 그 깔려 있는 슬픔을 말없이 표현한다. 특별히 큰 감정 씬이 없는데, 그녀가 화면에 있을 때 그 공간이 달라지는 느낌이 든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이 당연했다는 생각이 드는 연기다. 메리가 폴 허넘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아들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강렬한 순간이다. 큰 울음도 없고, 극적인 음악도 없다. 그냥 두 사람이 이야기한다. 그 장면에서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가 담아내는 것이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냥 느껴진다. 그 장면 하나가 이 배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메리라는 인물이 가장 오래 남았다. 폴과 앵거스의 이야기가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데, 메리가 더 깊이 남는 이유가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의 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지 않는 것이 더 많이 남는다는 것, 이 영화에서 메리가 그것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메리라는 인물이 가장 오래 남았다. 폴과 앵거스의 이야기가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데, 메리가 더 깊이 남는 이유가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의 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지 않는 것이 더 많이 남는다는 것, 이 영화에서 메리가 그것을 보여준다. 더 홀드오버스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이 세 사람이 생각난다. 서로가 필요했던 그 크리스마스가 각자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게 이 영화가 보고 나서 오래 따라다니는 이유다. 더 홀드오버 스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보기 좋은 영화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어느 계절에 봐도 따뜻하다. 외로움과 상실과 연결에 대한 이야기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렇게 정직하게 담아낸 영화가 많지 않다는 것을 더 홀드오버스를 보고 나서 알게 된다. 폴과 앵거스와 메리가 각자 안고 있는 것들이 크리스마스라는 시간 안에서 어떻게 만나는지, 그게 이 영화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다. 그리고 그 만남이 완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 영화의 마지막이 그것을 말한다.